It rains. and Nice dream
December 14th, 2004 by splash9This is individual report.
Maybe, It is diary.
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난 비 내리는 날씨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비가 내리기 전이나 내리고 난 후의 흐린 날씨는 좋아한다. 사물이 좀더 뚜렷이 보이고 그 자신의 색이 새롭게 나에게 인식되는 그 순간이 좋다. 너무나도 강한 태양광에 가려서 빛을 잃어버린 사물보다는 적당히 어두운 풍경에서의 그 빛깔을 좋아한다.
흐린날에는 ‘라디오헤드(Radiohead)’의 ‘Nice dream’ 을 들으며 차를 몰고 어디론가 흘러간다. 적당히 우울해지고 혼자만이 버려진 듯한. 그런 고독을 음미하며 담배도 한대 피우고 생각에도 잠겨본다. 내가 이 세상에 완전히 융해되어 떠다니고 있는 정말 근사한 꿈을 꾼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지독한 악몽이기도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죽도록 아름다운 꿈이 되어 기억에 남는다.
입대일을 보름정도 남겨둔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새벽에 비가 내렸었는지 온 세상이 전날 맞은 비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고, 원래부터 태양이란 존재는 없었던 것처럼 세상은 어두웠다. 지극히도 자연스럽고 또 놀랍게도 특별한 오전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당시에는 새차에 가깝던 하얀색 96년형 아반떼를 몰고서 무작정 시내로 나섰다. 라디오헤드의 ‘Nice dream’이 카오디오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우리는 서로 단 한마디도 없이 담배를 피워댔다. 그렇게 우리는 자동차의 윈도우를 모두 열어놓은 채 한여름 오전의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어디로 갈까?”
옆좌석의 친구가 입을 열었다. 나와 같은날 입대하기로 한 그 친구는 자신을 ‘쥐’라고 했었다. 그는 소설의 등장인물이었던 ‘쥐’라는 인물이 마치 자신과 같다며 종종 자신을 ‘쥐’라고 불러대곤 했다.
“햄버거 먹자. 배고파.”
뒷좌석에 앉아있던 다른 친구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먹고 살면서 자신의 꿈과는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는 맥도날드에서 빅맥과 포테이토를 사들고는 한강으로 갔다.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 마치 구름이 천장을 이루어 거대한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 날은 시원했다. 고수부지에 들어서서 차를 대충 주차해두고 햄버거가 들어있는 맥도날드 종이봉지를 들고는 강가로 갔다.
그리곤 햄버거를 먹었다.
별볼일없는 짧은 기억이다.
흐린날에 한강에서 맥도날드 빅맥을 먹었다.그뿐이다.
후에 입대해서 훈련소에서 요행히 같이 입대한 ‘쥐’라는 친구와 같은 중대에 배속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나름 대로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화가 힘들 경우에는 간간히 쪽지를 교환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 여름의 강한 태양은 정말 끝이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태양의 아래. 또 그 다음날에도 태양. 뜨겁다 못해서 존재조차 잊어버릴듯 했다.
총검술 훈련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머리위에서 나를 짖누르고 있던 전투모를 벗고 눈을 감았다. 온통 붉은 기운이 내 눈안에 가득 퍼져갔다. 마치 거대한 용암처럼 물결지으며 눈안에서 흘러다니던 붉은 빛들은 점차 어두워져 가면서 나무처럼 뿌리를 뻗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가지가 퍼져가고 가지에 가지, 또 가지에서 다른 가지…계속해서 가지를 펼쳐 나갔다. 그리곤 어둠.
난 어느새 촉촉히 젖은 아스팔트 위를 당시에 제법 새차였던 96년형 아반떼를 몰고 있었다. 길 양옆의 가로수들은 눈부시게 – 흐린날이었기에 더욱 눈부셨다 – 눈부시게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신호등의 푸른빛처럼 끝없이 서있는 가로수를 보며 차를 몰았다. 그리곤 구름으로 위가 덮여진 거대한 상자속에서 구름과 강물과 그리고 바람. 그것과 함께 입자처럼 분해되어 흘러다니다가 멈춰서서 지루하게 하품하는 나를 보았다.
눈을 뜨자 고통스러울 만큼 강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짧은 꿈을 꾼건가…나는 그 꿈을 쪽지에 적어서 친구에게 건내주었다. 그는 조용히 쪽지를 읽더니 다 읽은 후 잠시 눈을 감고 움직임없이 앉아있었다. 그리곤 아주 살짝 눈물지었다.
나는 그도 흐린날의 그 지루함을 그 한없이 나른함을 그리워 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가 올때면 그 태양이 눈부시던 정말 지겨울 만큼 강한 더위에서의 꿈이 생각난다. 어느덧 흐린날의 특별함을 잊어버린 내가 몸서리치게 싫어진다. 눈물나게 행복한 나른함이 없어져 버린 것 같아 몸서리치게 슬퍼진다.
(2002.4.30)